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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작가의 그림, 얼마가 적당할지 고민일 땐 호당 가격제!

조메디 2023. 2. 6. 00:09

아직은 두렵기만 한 미술 시장, 이름 없는 작가인 제가 그린 그림은 대체 얼마에 팔아야 적당한 것일까요?

너무 싸게 올리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고, 또 그렇다고 비싸게 올리기엔 아무도 안사줄 것 같고. 사실 기준조차 모르겠어 이게 비싼 건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에 참고할 수 있는 우리나라 미술 시장에 존재하는 호당 가격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자세히 들어가기 전, 호당 가격제에 대한 역사와 그 평가를 확인해보기 위해 한국문화사에 게시된 글을 가져와봤습니다.


  1960년대부터 뉴욕의 크리스티(Christie’s), 런던의 소더비(Sotheby’s) 같은 세계 미술 시장에서는 자본가, 은행가, 대기업가의 참여가 대거 증가하면서 회화뿐 아니라 공예, 중국 자기까지 최고가를 갱신하였다. 그리고 1970년대에는 일본과 석유 수출로 부를 축적한 중동의 신흥 부자들의 구매력이 증가하면서 전후 최고의 미술품 경매 붐이 일어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작품 가격을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경매 시장이 없었기 때문에 작품 가격 형성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속출하였다. 그 대표적인 문제가 작가 스스로 자기 작품의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과 호당 가격제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있는 독특한 가격 산정 방식이라 할 수 있는 호당 가격제는 작품의 질에 따라 작품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크기에 따라 작품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작가는 질과 상관 없이 작품을 양산하게 되었으며, 고객의 쪽에서도 작품의 질보다 작가의 명성이나 화력(畵歷)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역사넷

1970년의 미술 시장 호황 때는 일부 부유층 고객과 유명 작가가 시장 흐름을 주도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 1970년대 미술 시장의 활황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 세계

contents.history.go.kr


보시다시피, 외국에서는 경매 시스템을 통해 작품의 의미, 예술적인 가치 등을 따져 가격 책정이 이루어지는 반면, 우리나라는 과거에 이러한 시스템의 부재 속에서 태어난 호당 가격제에 의해 작품의 질, 가치 등을 따지지 않는 관행이 생기게 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작품 가격 책정 방식이다, 작품성을 배제한 방식이다라는 평가라고 소개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내 미술 시장에서는 (최소 신예 작가의 경우에는) 호당 가격제가 성행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유의하시면서, 본격적으로 호당 가격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가 무엇인가?

호는 일상파 화가들에 의해 도입된 일종의 도량형으로,

쉽게 말해 캔버스, 즉 그림의 크기를 말하는 기본적인 단위입니다.

 

평수를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습니다. 호 앞에 붙은 숫자가 커질수록 그림의 크기가 커지는 것입니다. 

 

이때 호의 크기는 국제적으로 다르며, 그림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도 합니다.

 

아래는 호의 기본적인(대략적인) 크기로, 세로 X 가로로 표시해놨습니다. 이때 단위는 cm입니다.

호의 크기, 세로x가로, cm

이렇게 정해진 그림의 호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 결국 호당 가격제인 것입니다.

 

이해를 위해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한번 보겠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 빈센트 반 고흐

그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입니다. 이 작품은 92 x 73 cm인 풍경화로, 위 표에 따르면 대략 30호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호당 가격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 걸까요?

신예 작가의 경우에는 호당 가격을 평균적으로 3만원 정도로 책정하고 있습니다.

조금 높게 부르는 편이 4~5만원 정도대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그림이 대략 100cm x 80cm 라면 위 표에 따라 40호에 해당하며, 평균적인 가격에 따른다면 신예 작가의 경우 120만원 정도의 가격이 형성되는 것입니다.

만약 위의 빈센트 반 고흐가 우리나라 사람이었고, 신예 작가 시절에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다, 하면 그림이 30호이므로 (아마도) 90만원 정도로 책정되는 것입니다. 조금 자신이 있다, 하면 120~150만원까지 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신예 작가들의 타겟은 발굴 정신이 뛰어나 신예 작가들의 그림을 선호하는, 컬렉팅을 시작하는 사람들으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관련 정보를 찾아본 결과, 컬렉팅 초반에는 대부분 30~50호를 구매한다고 합니다. 

30호는 90.9 x 72.7, 50호는 116.8 x 91.0로, 대략 90~150만원대 정도이니 이 또한 고려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때 호당 가격제만을 맹신하고 따른다면, 재료비, 투자한 시간이나 액자 비용 등을 간과하게 되어 남는 게 없는 장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예 작가는 작은 작품은 호당 가격을 대략 만원 정도 높게 책정, 30호 이후의 사이즈는 호당 가격을 조금 낮춘 상태로 판매하는 전략도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신예 작가들의 가격 책정에 도움이 되는 호당 가격제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았는데요, 꼭 인지하셔야할 것이 있습니다. 호당 가격제는 말 그대로 호당 사회적으로 합의한 가격이 대략 정해져있는 것 뿐입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너무 과하거나, 너무 낮지 않은 가격 책정 선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정도로만 생각하시고, 항상 유연하게 다양한 요소들을 따져가며 가격 책정을 하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신예 작가들에게 화이팅을 보내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아래는 관련 유튜브 영상들을 첨부해두었으니, 추가적으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